본고는 최수운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에 나타난 시천주사상을 한국선도 신인합 일 전통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비교 분석한 논문이다. 한국선도는 수행에 기반을 둔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문화전통으로 기학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본고는 먼저 한국 선도의 경전 천부경과 삼일신고, 선도사서 부도지의 마고신화를 통하여 한국선 도에서 말하는 신과 인간, 신인합일은 무엇인지 정리하였다. 그리고 한국선도의 본령인 수행을 중심으로 그러한 사상⋅문화전통이 전승과정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아보았다. 선도수행 중 대표적인 것이 하늘에 제사지내는 제천의례이다. 선도제천의례는 배달국시기에 틀이 잡히고 전파되었는데, 선도제천의 대상인 하늘은 눈에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으로, 만물을 낳은 모신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제천의 신격이 제천을 집전하던 스승왕 삼성(환인⋅환웅⋅단군)으로 옮겨 가더니, 수행전통의 단절로 수운이 살던 조선시대 말의 한국선도는 잡다한 인격신을 모시는 민간신앙으로 변질되어 있었고, 수운의 종교체험은 당시의 한국선도를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보았다.
다음으로 수운의 두 저서를 통하여 시천주사상의 신관, 인간관, 신인합일관에 대해 알아보고, 앞서의 한국선도와 비교하며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한국선 도의 신격인 천부경 ‘일’과 시천주사상의 신은 초월적이며 동시에 내재한다는 점은 유사하나, 전자는 존재의 근원인 궁극의 에너지이고, 후자는 인격신임으로 해서 완전히 다르다고 보았다. 더하여 한국선도의 신인합일은 수행으로 근원의 상태를 회복한 나의 에너지와 우주전체 근원의 에너지가 같은 수준의 순정한 기운으로 합일하는 것인 반면, 인격신은 비록 내 안에 계신다 하더라도 엄연히 내가 아닌, 나와 다른 존재로서 내가 모시는 ‘대상’이 될 뿐으로 인격신과의 완전한 신인합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수운의 종교체험은 당시 잠복해있던 민속⋅무속화된 한국선도를 세상 속에 당당히 세워주었고, 그의 시천주사상은 잊어가던 한국선도 신인합일의 기억을 다시 떠올 리게 해줌으로써, 비록 선도 원형과는 거리가 있으나 원형 회복의 초기형태로서 한국선 도 신인합일 전통 부활을 향한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보았다.
『선도문화』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