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조선 말의 학자이자 중국에서 도사로 명성을 떨쳤
던 全秉薰(1857-1927)의 철학사상을 연구하는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고찰해보고, 특히 최근에 등장한 논쟁점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우리
학계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연구윤리 문제를 논의했다.
전병훈이 썼다는 [道眞粹言]이란 저술은 이름만 남아있을뿐 지금
까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필자는 [仙佛家眞修語錄] 속에 들어
있는 전병훈의 글을 발굴해서, 이 글과의 관계를 고증해낸 바 있다.
또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생애와 漢詩에 대해서도 문중자료
속에서 찾아내서 고증한 바 있었다. 전병훈의 1차자료 자체가 온전하
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자들간의 해석이나 견해상 차이가 생
겨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본고에서는 이에 대해 최
근에 제기된 비판에 대해 재검토하면서 전병훈 연구의 문제와 쟁점
을 고찰해보았다.
근현대 격동의 시대속에서 중국에 망명해서 도사로 변신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 속에서 그가 남긴 저술들은 원형을 잃고 흩어지거
나 없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전병훈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부딪
히는 첫 번째 난점은 먼저 맥락을 잃어버린채 파편화된 문장들을 수
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두 번째 난점은 원전자료 자체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오독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적지않게 발견된다는 점이다. 전병훈 연구에 있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유의해야 하고, 또 기존 연구성과에 대해 평가를 할 때
는 분명하게 인용을 하고 정확하게 평가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표절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중
에서 특히 우리 학계에서 더 시급하게 논의할 문제는 이런 형식적인
표절문제보다는, 잘 표시가 나지 않는 내용 표절이나 아이디어 표절
같은 부분이다. 이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
호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영역으로서, 본질적으로 연구윤리의 문제
와 관계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연구자는 자신
의 독창적 주장을 수립하는데 게을러서도 안되지만, 또한 자신을 뒷
받쳐주고 있는 선행연구들에 대한 평가와 인용에 인색해서도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