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뀌면서 한국사 전반에 다
양한 인식과 해석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바람직한 역사인식의 다양
화보다는, 기껏해야 보수와 진보에 의한 역사해석이 주류를 이루면
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문제로 국한된 듯한 아쉬움이 크다.
2014년 8종의 새검인정한국사교과서 서술 역시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 대한 서술은 천편일률적인 서술이다. 즉 ‘조선
유교 사회의 성립과 변화’라는 동일한 장(章) 제목 아래, 8종 새교과
서의 조선시대 서술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또한 조선의 건국과
통치 체제,양난과 대외 관계,조선 전후기의 사회와 문화,조선 후
기 체제 변화,조선 후기 실학의 등장과 서민 문화의 발달이라는 내
용들을, 서로 베낀 듯이 거의 동일한 시각으로 서술했다는 것이다.
역사를 서술함에 사관은 절대적이다. 분명한 것은 개정된 새교과
서들에는 다양한 사관 혹은 우리 시각의 사관은 없다. 아니 그 자체
도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새교과서들의 조선시대 서술 정신은 철저
하게 유교적 기반에서 엮어졌다. 건국부터 패망까지 정치,경제,사
회,문화 등, 모든 제도가 유교를 벗어나지 못했고, 양반에서 서민,
그리고 천민까지 유교문화의 기반에서 숨 쉬었다는 것이다.
국학적 입장에서의 우리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먼저 과거 우리의 눈을 멀게 했던 조선조와 같은 유교적 중화(中華)
의 색안경을 벗자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난도질한 일제의 신도적
(神道的) 식민주의사관의 흔적을 씻어내자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를
남겨놓을 당시의 인식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그 시대의 역사를 기록
한 ‘이 시대의 인식’(새교과서)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국학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 본 대표적 사례가 김교헌의 (신단
민사)다. (신단민사)가 단군에서 갑오경장에 이르는 통사체계의 구
성에 목적을 두고 교과용으로 편찬된 저술로, 평이하고 정리된 개설
서의 면모를 갖춘 20세기 최초의 통사라는데 그 사학사적 의미가 크
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단민사)는 상해임시정부 시절 학생들의 국
사교과서로 쓰인 (배달족역사)의 모본(母本)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