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환경위기는, 인류문명은 물론 지구 자체의 존
재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역사 이래 인류에게 닥쳐 왔던
문제들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지구온난화로 상징되는 지구환경 위
기는, 기존의 패러다임이 입각한 단순한 환경보전 운동 차원에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패러다임 자체의 근본적 전환을 요하
는 긴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현재까지 아무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아무도 관
리하려 하지 않았다. 지구는 공용물건과도 같이 누구나 함부로 사용하
는 가운데 방치되어 왔으나 이제부터는 관리되고 경영되어야 하는 지경
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지구경영의 문제의식이다.
이러한 문명사적 상황에서 제시된 지구경영은, 인간의 의식진화를 핵
심수단으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함은 물론 정신과 물질이 조화롭
게 결합된 차원으로 인류문명을 진화시켜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실현하
기 위한 경영이다. 경영이라는 점에서 지구경영도 목표의 달성을 지향
하지만, 기업경영 등과는 달리 이윤을 목표로 하는 경영이 아니라 진정
한 공익적 비전을 실현하고 달성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통상의 경영과는 다르다. 물론 기업들의 다수가 사회적 공헌에 관심을
확대해 나가는 흐름을 목도할 수 있지만, 기업의 주된 목표는 어디까지
나 이윤의 추구에 있다. 그리고 국가경영이라는 용어도 존재하고 국가
들이 인류평화에 대한 공헌을 천명하고 있지만 현재의 국제사회적 현실
에서 국가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익인간은 의식의 차원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친 사
람, 곧 진리와의 합일 혹은 신인합일을 이룬 존재를 말하며, 이화세계란
우주운행의 근본질서가 보편적으로 관철된 세상, 그리하여 인류문명과
자연질서가 상호보완하며 조화롭게 작동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말한다.
전 지구적으로 일일생활권화 된 현재의 지구촌 시대에 이화세계란 사실
상 조화롭고 평화로운 지구촌의 실현을 의미한다.
홍익인간사상의 문헌적 토대인 「천부경」에 의하면, 우주운행의 근본
원리이자 생명의 근원인 ‘하나(一)’로부터 천지인(天地人), 곧 우주만물
이 갈라져(석, 析) 나오는데, 이 갈라져 나온다는 용어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다. 즉 ‘하나’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것은 우주만물이 절
대적이고 시원적 존재인 ‘하나’의 속성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런 점에서 우주만물은 ‘하나’의 현신이자 전개 그 자체이고 ‘하나’ 그 자
체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우주만물은 ‘하나’의 속성을 공유한다는 점
에서 대등한 위격을 지닌 우주의 필수적 구성원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홍익인간사상은 우주공동체 사상이라 불리우기
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홍익인간사상의 공간적 범위는 전 우주이지만,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지구온난화로 상징되는 지구
환경의 문제로서, 이를 해소하는 것이 지구촌 최대의 현안과제로 대두
되었고, 이러한 지구촌 과제와 관련하여 지구경영의 개념이 제시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논문에서는 홍익인간의 공간적 범위를 편의상 지
구로 축소하는 동시에, 신인합일의 경지에서 지구와 자기자신 간 동일
성 의식하에 지구의 안녕을 가치판단의 중심척도로 삼는 사람을 현대판
홍익인간으로서의 지구시민이라 정의하기로 한다.
천(天)과 지(地)와 인(人)으로 표기되는 우주만물이 공히 ‘하나’의 속
성을 공유한 존재이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은 ‘하나’를 온전히 소유한 소
우주로서의 존재라는 점에서 지구공동체를 조화와 상생의 관계로 이끌
어 나가야 할 책임과 도덕성을 지닌 존재가 되어야 한다.
지구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 중에서 지구생태계를 망칠 수 있는
것도, 그리고 실제로 지구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도 사람이며, 또 크
게 손상된 지구환경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즉
사람이 어떤 의식을 가지는가 하는 것에 따라 지구공동체가 상생과 조
화의 공동체가 될 수도 파멸의 길로 나아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
신에 ‘하나’를 온전히 내재한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자각, 곧 신인합일의
의식수준에 도달하여(성통), 홍익에 기반한 가치관을 삶의 기준으로 삼
아 지구공동체를 상생과 조화의 공동체로 이끄는(공완) 역할을 수행할
때, 그리하여 이러한 사람들이 연대하고 그 숫자가 임계질량 이상의 상
태에 도달할 때 이화세계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구경영의 관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