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은 중국유학과는 달리 한국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유학이 전래되기 이전부터 한국 고유의 사상이 있기 때문인
데, 이를 ‘風流思想’ 혹은 ‘先脾精神’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국 고유의 사상은 외래사상을 그대로 수용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
닌 한국만의 특성으로 발전시켜 나아간다.
동아시아의 대표적 사상인 儒,彿,道 사상 역시 한국에서는 한국
만의 특성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친 유학사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중국유학과 한국유학의
차이점을 통해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유학은 하늘과 사람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天人合一’의 사상
이 그 핵심이나 한국에 와서는 하늘과 사람과의 간극이 없다는 ‘天人
無間’의 사상으로 주체적으로 수용되어 발전하였으며, 또한 理氣論을
중심으로 宇宙論이 발달한 중국유학과는 달리 인간 본연의 심성을
대상으로 한 心性論적 학문과 수양이 발달한 한국유학은 그러한 주
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한국유학의 특성은 한국만의 고유한 사상적 주체성을 바탕
으로 하여 발전시켜 나아가기 때문인데, 조선조 성리학의 경우 성리
학을 중심으로 나라의 기강과 기틀을 바로세우고 발전시켜 나아가다
가 그것이 장애에 부딪히게 될 때에는 어김없이 사상적 유연성과 주체
적 발전의식을 통해 개선하여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조선후기 유학자들은 지나치게 중국 중심으로 치우쳐버린 中華主義
사상을 비판하고 順菴의 [東史綱目]과 같은 저술처럼 한국고대사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 한국유학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의식은 현대 한
국 유학자들의 東夷 연구를 통해서도 재발견되고 있다. 동이 연구는
유교사상의 원형으로서의 동이족의 특성에 관한 연구와 부사년의
[夷夏東西說] 이후로 중국 중심의 大一統史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동이연구의 핵심은 한국유학은
단지 중국유학의 아류가 아닌 주체적인 수용과 발전을 이루었으며,
오히려 한국사상이 유교사상의 원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연구는 한국인의 본질적 특성과 심성에 관한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유학의 고유한 특성은 한국만의 독특한 주체성과 발전
의식에 근거하고 있으며, 유학사상의 원형으로서 동이연구는 기존의
중국 중심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유학사상의 형성과 발전의 기
원을 고대 한민족의 뿌리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는 중요한 시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러한 한국유학사상의 주체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오늘날 현대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