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독도전설의 존재양상과 특징이 한국전설의 일반적인
유형성 속에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독도의 지역적 정체성을 문학
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1. 「구멍바위」에서 바위를 이동시키는 노인은 산이나 바위와 같
은 거대한 자연지물을 재조정하는 천지창조의 신에 기원을 둔 것으
로, 원래는 천지만물을 창조한 거인신이 속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
다. 노인이 독도의 바위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바, 거대
자연지물을 제어하는 압도적인 능력을 상실한 모습은 천지만물을
창조하고 재조정하는 거인신이 일상화․비속화 되는 파편화된 흔적
을 담고 있는 한국전설의 일반적인 보편성 속에 있다. 한국의 설화
체계 속에서 거인 창조신에 관한 신화는 온전한 모습으로 전하지
않으며, 희화화 된 모습으로 전설화 된 텍스트의 형태로 전한다. 전
설화 된 거인 창조신에 관한 신화는 대부분 지역 전설화 되어 한반
도 각 지역의 지명 전설화 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된다. 바위 이동
전설은 이러한 거인 창조신이 지역의 지명유래 전설화 된 예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독도의 바위 이동 전설인 「구멍바위」는 거
대 자연지물을 이동시키는 주체인 신격이 신성성을 상실하고 비속
화 된 양상을 형상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지 창조신에 대한 신화
가 독도 지역에서 구멍바위라는 지명과 관련하여 지역화․특수화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구멍바위」에서 확인되는
독도의 신격에 대한 신앙 관념 해체 양상은 한국의 전설 속에 나타
난 신격의 신성 관념 해체 양상과 동일한 맥락 속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일본 독도 전설과의 비교를 통한 독도의 지역적 정체성 확인
이다. 잔타이헤이키(殘太平記) 의 권7에 전하는 「죄인원도유형평정
지사(罪人遠島流刑評定之事)」조에 전하는 이야기는 원칙적으로 일
본의 울릉도 전설에 해당하지만 고대의 독도와 울릉도에 존재하는
신앙 관념과 풍속․문화는 고대 한․일 해양 교역의 중간 기착지라
는 보편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독도에 관한 지역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 전설자료로부터 독
도․울릉도 광역 도서권역에 관한 일본 전설 속의 신격이 일본신화
정체성 속에서는 드문 거인신으로, 「구멍바위」의 노인과 같은 한국
신화의 거인 창조신의 면모에 대응된다는 점을 입증하였다. 이 독
도․울릉도 광역 도서권역에 관한 일본 전설 자료는 일본의 설화
체계가 아닌 한국의 설화 체계 속에 그 원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독도․울릉도 광역 도서권역에 대한 설화는 역
설적으로 한․일 고대 해양 교역사 속에서 중간 기착지로 존재한
독도․울릉도의 광역 도서권역의 지역적 정체성이 한국의 그것 속
에 위치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