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문화 21권
강증산 사상에 나타난 선도관(仙道觀) 연구- 김귀만
기존 연구에서 증산의 천지공사를 도교적 방술과 같은 것으로 여
겨왔다. 물론 그러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점은 그의
사상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간과되었다는 점이다. 이 논문에서는 증
산의 종교관을 삼도정수론으로 체계화해 철학적 이해를 시도하였다.
또 증산이 천지공사를 수행함에 있어 선(仙)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했
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증산의 선도관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탐구되어야 할 부분은 천
지와 유 ⋅불 ⋅선과의 관계이다. 왜냐하면 증산은 삼도(三道)가 하나
의 근원적인 천지(天地)로부터 유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증산은 천
지의 속성을 삼도와 연계시켰고, 천지의 속성이 삼도로 발현되는 과
정은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해가는 양상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증산은 삼교를 단순히 혼합하여 자신의 교리로 삼은 것
이 아니다. 그는 형이상학적 원리에 기초하여 먼저 그 근거로 천지를
내세웠으며 일관된 기준으로 삼도의 정체성을 다시 자리매김하였다.
증산은 선의 정수를 조화(造化)로 명명한다. 그리고 그 조화의 개
념을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조화란 첫째 무위이화이며, 둘째 이 우주
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창조와 관련된 것이며, 셋째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신이(神異)한 일임을 의미한다.
증산의 선도 이해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은 바로 수운 최제우이다.
한국 고유의 사상에서 인즉선(人卽仙)의 경지는 성통공완(性統功完)
을 실현한 후 조천(朝天)하는 것인데, 여기서 성통이란 인격적인 하
느님뿐만이 아니라 비인격적인 우주의 기운과도 일체가 되는 것이
다. 수운의 시천주 사상은 이러한 인즉선의 경지를 실현한 것으로 보
았다. 시(侍)는 그가 경신년에 천상문답을 했던 대상인 상제를 모신
다는 것(내유신령, 內有神靈)이며 동시에 우주의 지기(至氣)를 외유기
화(外有氣化)하여 끊임없이 실천한다는 것이다. 수운은 인격적인 실
재와 비인격적 실재를 자유롭게 오고가는 선도적 정신의 전형(典型)
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증산은 유 ⋅불 ⋅선이 인류 문화의 바탕이 되었음을 말
한다. 천지가 세 개의 씨앗을 인류에게 주었다. 이 씨앗이 각 민족의
기후와 풍토 속에서 자라나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인류의 문화
는 여러 가지 장식들로 치장되었으나 그것들을 모두 거두어내고 보
면 그 본래의 정수만이 남게 된다. 증산은 그것을 불지형체 ⋅선지조
화 ⋅유지범절(佛之形體仙之造化儒之凡節)이라 했다. 선(仙)적인 문화
는 모두 ‘조화’(造化)로 일관할 수 있으며, ‘조화’로 묶을 수 있는 여
러 종교형태는 모두 선도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산의 정수사상으
로 밝힌 이러한 선도의 의미는 중국도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특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