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문화 22권
정감록에 나타난 역학적사유에 관한 고찰-이찬구
정감록(鄭鑑錄)은 현재까지도 한국 도참서(圖讖書)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정감록의 성격을 규정하는 말로 감결(鑑訣), 비기(秘
記), 비결(秘訣)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 중에 「토정비결」이
대중에 친숙한 관계로 비결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많이 불리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학술적인 면에서 정감록등을 도참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일종의 미신(迷信) 혹은 신비사상으로 비하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의 전통사상과 민중신앙의 맥락 속에서 정감록을 중심으로 도
참(圖讖)사상을 논하고 있다.
정감록의 저적 연대는 그것이 새로운 역성왕조(易姓王朝)의 탄
생을 예언하고 있다는 면에서 보더라도 조선 왕조의 중반부 이후의
저작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정감록의 이름이 왕조실록에 처
음 공식으로 등장하는 때는 정조 6년(1782년)으로 알려져 왔으나,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을 참고로 할 때, 1739년에 조정의 공식문서
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정감록을 문화의 집적이라는 인식과 민간신앙 내
지는 전통사상의 맥락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역학적 사유가 반영되
었다고 본다. 정씨진인(鄭氏眞人)이 출현한다는 것과 대인을 보는 것
이 이롭다(利見大人)는 말이 어떤 의미가 있고, 아울러 이런 주역의
원리가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밝혀보았다. 나아가 이를 통해 동
학이나 증산교 등 근대에 출현한 민족종교의 인간주체 의식형성에
끼친 영향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