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의 태백산 이미지는 현실적인 정치적 정통론이 강하기 때문에
그에 관한 묘사는 동이족의 삼신산 신화를 비롯하여 서쪽 곤륜신화의 신
선세계 또는 불교 수미산의 신화와 다르다. 따라서 태백산은 한국의 유
선문학에서 크게 활용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문화의 도교와 신선사상이
속세를 초탈하고 이상향에 관한 종교적 동경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오히
려 봉래산과 곤륜신화는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한국의 유선문학은 늦어
도 최치원부터 시작되었다. 고려말기와 조선시기의 유선문학에서는 삼신
산과 곤륜산의 이상향을 상상하였고 이상향의 동경을 곤륜산에 기탁하였
다. 이러한 이상향 동경은 고려말기부터 청학동을 찾아내어 구체화시켰
다.
백두산에 관련하여 신라말기와 고려시기의 한반도 지리학을 대표하는
것은 도선국사의 수모목간(水母木幹) 형세론이다. 이것은 송악산의 산맥
이 백두산에서 내려왔고 평양 대동강과 개성 송악산의 지리적 상호보완
관계를 설명한 형세론이다. 그렇지만 도선국사의 형세론은 다시 백두산
에서 지리산까지 전국의 형세론으로 발전하였고 동시에 고려왕조의 덕운
이 수근목간(水根木幹)이기 때문에 복색을 청색으로 바꾸어야한다고 정
치적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조선시기 성리학자들은 오덕종시설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왕조
의 덕운론을 무시하였지만, 형세론을 발전시켜서 한반도 주변의 일본열
도와 바다까지 확대시켜 동북아시아의 지리를 이해하였다. 남사고는 남
해바다를 비롯하여 일본열도와 류큐열도의 지리를 이해하였다. 그런데
서양의 지리학 지식이 도입된 뒤에 이익은 「만국전도」에 근거하여 도선국
사의 수근목간 형세론을 버리고 남북국경지역을 이해하는 목간수근의 형
세론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이 도선국사의 수모목간 형세론은 고려시기
와 조선시기의 지리학에서 끊임없이 개선되고 발전되었다. 따라서 도선
국사의 수모목간 또는 수근목간 형세론은 한국 전통적 지리학의 커다란
발명이며 창견이라고 높이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