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단군 기자 신나 고구려 제 고려 리조』라는 제목을 가진 작
은 필사본을 발견하였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전반부는 천지창조 신화에
서부터 시작해서 단군 48대 왕조사와 기자조선의 왕조를 기술하고, 후반
부는 삼국 고려 조선시대의 역사를 왕조 중심으로 기술하였는데, 마지막
에는 이완용에 의해 한일합방이 되는 사건까지 기록되어 있다. 필체나 종
이의 재질로 볼 때 일제강점기 혹은 20세기 중반에 민간에서 쓰여진 것으
로 추정된다. 책의 표지는 『단군기자신나고구려제고려리조』라고 적혀있
는데, 단군·기자·신라·고구려·백제·고려·이조의 7왕조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서라는 뜻으로 보인다.
이 책은 다음의 두가지 점에서 자료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독특한 천지창조의 신화를 수록하고 있다. 그래서 천지가 창조되면
서 맨 처음에 인황씨가 나오고, 그 다음에 지황씨 천황씨가 나오고, 그 다
음에 중국의 삼황오제가 등장한 다음에 태백산 박달나무 아래에 단군이
나와서 왕이 되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둘째는 단군 48대 왕조사를 기술하고 있는데, 기존의 『규원사화』나 『환
단고기』의 왕호(王號)와 다르며, 치세의 내용 및 재위 연도가 다르다. 특
히 『규원사화』의 47대 단군역사와 조대수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내용이
우리말로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 발굴된 이 책은 비록 『규원사화』나 『환단고기』보다는 내용과 체
계가 소략하지만, 단군을 포함하면 총 49대의 왕이 등장하는 점에서는 최
장의 단군왕조사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순한글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민
중의 손으로 쓰여진 단군 상고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47대 왕조사
가 일제강점기에 처음으로 조작되었다는 일부 학자들의 위서론(僞書論)
주장과는 달리, 이미 47대 혹은 48대 단군왕조사에 대한 인식이 일제강
점기에 상당히 유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채택할 수 있다
『선도문화』 논문
201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