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휴(李承休, 1224~1300)의 『제왕운기(帝王韻紀)』는 몽고 침략과 친 원 정권의 수립 이후 민족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선양하려는 의도에서 제 작된 영사시(詠史詩)로서 역사학이나 국문학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속에 담긴 문화적 위기의식과 저항정신은 일연(一然)이 『삼국유사』를 저술하였던 동기와 같아서, 단군을 한국사체계 속에 편입시켰다는 점도 주목된다. 『제왕운기』는 세 번에 걸쳐 편집되었다. 초고본을 수정할 때 이 승휴는 원과 고려 왕조를 찬양하고 당시의 국왕 충렬왕의 왕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식을 담아내었다. 고려 중엽, 후기에는 자국의 역사를 정리하려 는 의식이 강하여 여러 다양한 형식의 역사서들이 편찬되었다. 1286년(충 렬왕 12) 11월에는 원나라에 보낼 국사를 사관(史館)의 오양우(吳良遇) 등 에게 편수하게 한 일도 있다. 원나라의 요구에 의한 역사서 편찬도 있었 던 것이다. 이러한 때에 이승휴는 독자적인 역사관과 정통관, 문명의식을 지니고 『제왕운기』를 편찬했다. 이승휴는 시양식의 선별에 각별한 의식을 지니고, 『제왕운기』를 시의 형식으로 제시하면서, 오언시와 칠언시를 구 별하고, 오언시로 맨 마지막의 「본조군왕세계연대(本朝君王世系年代)」를 작성했다. 이승휴는 『제왕운기』를 통해 ‘본조의 일’을 서술하고자 하여, 본 조의 역사를 노래할 때 특별히 오언시를 사용했다.
『선도문화』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