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도에서 전해지는 선도서들 중 신라시대 박제상(362∼418)이
저술한 [징심록]제1지 [부도지]에는 ‘마고신화’라 불리는, 세상과 인
류의 시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흥미로운 창세신화가 있다. 인류의
시조들이 근원과 합일되어 살다가 포도를 먹음으로써 근원에서 분리
되어 나온다는 마고신화의 이야기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신화와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두 이야기의 바탕
을 이루는 사유체계는 판이하여, 연구자는 이 두 창세신화를 비교 연
구해보게 되었다.
이 두 신화의 차이점은 한 마디로 ‘신인분리’와 ‘신인합일’일 것이
다.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두 신화가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된
것은 신과 인간을 합일의 관계로 보느냐, 분리의 관계로 보느냐에 기
인한다고 본다.
우리 고유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마고신화
이야기는 서로가 적이 되어 싸우고 이겨야만 하는 삶을 어쩔 수 없
는 불편한 진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전혀 다
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마고신화를 통하여 모두를 ‘하나에서
나온 하나’로 인식하며 ‘함께 더불어’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사유체계
를 접하고, 선조들의 그 정신이 바로 지금 우리 안에 잠재해 있음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더 이상의 지속이 불가능해진 현대문명을 향해 한국선도는 인간세
상도, 지구도,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
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선도야말로 ‘오래된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