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유교적 지식인으로서의 박은식이 어떻게 중화주의를 벗
어나 민족주의 역사학자로 변모하게 되었는가를 중점적으로 접근한
글이다. 박은식 전통 유교를 고수하며 젊은 시절을 허비했다. 이 시
기 에 나타나는 박은식의 정신적 가치는 유교적 정서에 흠뻑 젖은
유학적 지식인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우리 고대사에 대한 인
식은 드러내지 못했다. 이러한 인식은 유교를 개혁하여 변화를 모색
하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은식이 유교로부터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는 대종교였다. 박은식은 대종교를 경험하고부터 유교주의자에
서 민족주의자로 변모한다. 유교적 가치에 대한 환멸을 넘어, 유교야
말로 자존과 독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가치로 규정했다.
이것은 박은식 스스로 보면 인생 후반에 깨달은 중화적 가치에 대한
단절의 외침이었던 동시에, 민족으로서는 오랜 세월 흘러온 중국 노
예로서의 역사에 대한 회개의 통곡이기도 했다. 역사인식 또한 중화
사관을 넘어 민족주의 역사학으로 바뀌었다. 일제의 식민주의역사학
에 맞서 민족주의역사학을 향도(嚮導)하게 한 정신 역시 대종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