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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활동

『선도문화』 논문

특정민족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으며 그
운행원리는 무엇이며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가, 그리고 우주 속에서 나는
무엇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등에 관한 인식, 곧 그 민족의 중심철
학이며, 이를 기반으로 사상 등 정신문화와 다양한 생활문화가 발전되어
나오게 된다. 우리민족의 경우 민족사의 시원에서부터 함께 해 온 홍익인
간이라는 수준높은 중심철학이 있었다.
홍익인간사상은 우리민족이 그 시원에서부터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실
천하고 축적해온 고유한 체험이자 중심철학이며, 공동체적 삶의 양식으
로, 한민족의 유전인자 속에 자리잡고 있는 집단무의식이다.
이러한 홍익인간사상은 단군조선의 후계국가의 하나인 신라로 전승되
었다. 홍익사상에 의하면, 우주만물은 근본원리인 ‘하나(一)’로부터 갈라
져(析) 나온다. 이는 우주만물이 ‘일가(一家),’ 곧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는 사실을 말하는 것에 다름아니고, 공동체 구성원 간 상생과 조화가 당
위라는 사실을 함축하는 것이다. 또한 근원생명으로서 ‘하나’의 속성을 우
주만물이 공유함을 의미한다. 특히 사람은 근원생명인 ‘하나’의 속성을 온
전히 공유한 존재이다.
사람이 ‘하나’의 속성과 품성을 완벽하게 내재한 존재이지만 이것이 사
람이 하늘과 땅보다 우위에 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사
람이 모든 존재들 간 조화를 이루어야 할 역량과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는
사실을 함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화로움이 교란당하고 깨질 때 우주
심을 밝힌 홍익인간이라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조
화로움을 회복해야 하며, 그 역량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심신수련에 힘
써, 충·효·신·용·인(忠·孝·信·勇·仁)이라는 오상(五常)의 덕목
을 갖춰야 한다.
홍익인간사상을 계승한 나라의 하나인 신라의 화랑도정신을 압축적으

로 제시해 주는 것이 원광(圓光)의 세속오계이다. 세속오계는, 단군조선
의 오상 중 충·신·인 3개의 덕목은 완전 동일하며, 나머지 두 개의 덕
목 중 용(勇)과 임전무퇴, 그리고 인(仁)과 살생유택도 사실상 같은 것이
라는 점에서, 단군조선사회가 숭상하던 덕목인 오상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의를 상호 연마하며, 가악(歌樂)을 수단으로 감성을 개발하고, 명산
대천을 유람하며 자연과의 조화와 교감을 즐기는 등 심신수행을 중시하
였다는 점에서도 화랑도는 선도 혹은 홍익인간의 전통과 그 맥을 함께 함
을 알 수 있다. 신라의 화랑들은 대략 3년간에 걸친 수행과정에서 세속오
계의 덕을 함양하였던 것이다.
홍익인간의 이상 및 화랑도의 세속오계는 그 시대적 맥락과 강조점이라
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지닐지언정 그 기본정신 면에서는 일맥상통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화랑도가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
게 주는 의미와 교훈은 무엇인가?
주지하듯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핵무기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은 남한을 대
화상대로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보유
하게 되면서,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의 성격과 판도를 뒤바꿔
놓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였고, 한국은 이제 매우 엄중한 안보상황에 처
하게 되었다.
한반도를 무대로 하는 전쟁이 재발해서는 결코 않되지만 그렇다고 전쟁
이 두려워 전쟁을 피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해서는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
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결기가 있을 때 평화
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기는 오상의 용, 그리고 세
속오계의 임전무퇴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죽고자 하면 살 것’이
라는 화랑도의 이러한 정신자세야 말로, 바로 ‘지금 이 시기 이 순간’ 우리
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이다.

한편 한반도 안보위기가 엄하고 중하기에 관심도와 우선순위가 뒷전으
로 밀려져 있지만, 지구 기후 변화와 환경훼손 문제 또한 인류문명과 지
구 자체의 존속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에 못지 않은 위
기이다. 이와 같은 인류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과 관련하여서도 화랑
도 및 그 토대를 이루는 홍익인간사상은 큰 시사를 지닌다. 지구시민으로
서의 공통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조화와 상생의 지구공동체를 창조해 내
어야 하는 문명사적 요구에 부합하는 사상이 화랑도의 토대를 이루는 홍
익인간사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책적 및 제도적 노력들만이 아니라 이를 만들고 운
영하는 인간자체의 변화와 진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홍익
인간사상과 화랑도의 수련전통을 이어받아 국가와 종교를 극복하고 지구
를 중심가치와 기준으로 삼는 지구시민을 임계질량 이상으로 탄생시킬
때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룬 홍익의 새 문명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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