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문화 제6집
청학집은 현재 4종정도가 알려져 있다. 서지학적 측면에서 가람
문고 소장본 청학집에서는 2곳에 분주가 이루어지고 있고, 금서룡
소장본 운학선생실기에서는 25곳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자료의 유통 과정과 형태 등을 함께 고려할 때, 현재 유통되고 있
는 대부분의 이본이 전사된 시기는 민족을 중심으로 단군의 이미지가
강화되었던 한말 또는 일제강점기로 추측할 수 있다. 권상로가 필경
한 시기 역시 이런 점에서 참고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임진왜란의 예언을 비롯하여 새로운 천자인 청나라의 건
국과 인조반정 등을 예언하고 있다. 임진왜란부터 청나라 건국까지
의 예언의 결말은 인조반정으로 마무리된다. 내용 자체만으로 볼 때,
청학집이 속세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있던 선가들이 오히려 현실인
식을 분명하게 하고 적극 참여하려는 목적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
리고 조선 선가의 진인으로 환인을 설정하고, 단군 기자 삼한 혁
거세 고려태조 조선태조 등을 이에 비교할 수 있는 존재로 이해하
는 한편 새로운 진인의 출현을 인조로 맞추고 있다. 그들에게 인조반
정은 후에 청나라 역시 극복하여 소중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시
대의 도래였다.
현전하는 자료는 17세기 중엽 저술된 원본은 아니라고 추측된다.
이후 전래 또는 전사되는 과정에서 부분적인 변개나 추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예언서나 비결( )이 지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자료에 보이는 현실인식과 국가에 대한 관심은 한말 일제강점기
의 시대상황에 주목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보국의 진인으로 여겨
졌던 인조의 휘가 ‘종( )’이었음은 이 시기 단군민족주의를 이끌었던
나철 중심의 (원)단군교가 대종교( )로 개명하게 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