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제국대학을 통하여 ‘선진’ 학문으로 소개된 ‘과학적’ 국어학은 주체
적인 학문적 자각에서 나온 흐름과 대결하였다. 일본에서는 ‘과학적’ 국어
학은 일본 국학파의 전통과 대결하였다. 조선에서는 이런 대립적 이분법
이 엉뚱하게도 비판의 방향이 조선어 학회의 전통으로 향하였다. 일본에
소개된 ‘과학적’ 국어학은 언문일치, 입말에 대한 적극적 관심, 고전 문헌
학에 대한 비판 등에서 주시경 학파와 여러 면에서 가까웠다. 조선어 학
회의 근대적 문제의식과 일치하였다. 한자 폐지, 말글 규범화, 표준말 제
정 등도 일본 국어학의 대부였던 우에다가 추구하던 과제였다. 언어학이
실증과학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유럽에서 역사비교 언어학에서 나왔는
데 이런 요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지금은 한때의 유행 사조로
보고 있다. 이전의 언어학과 진정한 방법론적 단절이 있지 않으며 단순
히 현실적인 이해 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과학적’-민족주의적, 실천
적-이론적, 내적-외적 언어학의 이분법적 대립은 설득력이 없다. 소쉬르
에서 비롯된 구조주의마저 ‘과학적’ 국어학에 포함시켰으나 소쉬르는 언
어학이 실증주의적 과학이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다. ‘과학적’ 국어학
은 전통적 연구나 조선어 학회를 따르는 연구 가운데 서구 언어학과 일치
하는 부분은 ‘과학적’이라 평가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나온 많은 문제
를 학문적 탐구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실증주의적 편협함을 보였다.
민족주의적 국어학과 대결했던 ‘과학적’ 국어학은 무지와 오해, 비판없
는 태도의 되풀이가 낳은 우스꽝스런 희극이라 할 수 있다. 1945년 이후
에 ‘과학적’ 국어학은 실질적으로 서구 언어학을 들여온 것을 가리키며 구
호 또는 이데올로기로서 국어학계의 주도권 싸움에 이용되었다.
『선도문화』 논문
2019.04.22
<26권>‘과학적’ 국어학의 미망-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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