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국어학은 주시경과 조선어 학회의 전통과 대립한다. 경성
제대에서 이희승과 이숭녕을 중심으로 서울대로 전달된 국어연구 경
향이다. 유럽의 역사 비교 언어학, 소쉬르 언어학을 경성제대의 일본
인 교수들이 소개한 것이 그 내용이다. 그들은 국어학계의 주류로서
패권을 쥐고 고대 한국어가 하나임을 부정하고, 최만리를 옹호하면
서 일본식 한자 혼용, 말다듬기 반대,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주장하
였고, 일본을 본떠 국립 국어연구원을 만들었다. 주시경과 조선어 학
회와 대결하면서 한자말 투성이의 [국어대사전]을 조작하였다. 그들
은 주시경을 따르는 사람들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기 때
문에 비과학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
을 ‘과학적’이라고 주장할 뿐이어서 그 자체 무척 이데올로기적 주장
이다. 과학과 이데올로기의 이분법은 성립하지 않으며 조선 왕조를
지배한 극단적 한문 숭상과 모화사상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눈을
뜨지 못하였다.
『선도문화』 논문
20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