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 창세신화에 속하는 [초감제]와 [창세가]는 모두 일종의 무가
로서 중국 신화 및 도교와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무속신앙이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면서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초감제]와 [창세가] 모두 무가로서의 기본
골격은 한국민족 고유의 전통적인 신화 맥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마고할미] 신화는 한국의 여러 곳에서 전승되어 오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창세신화라 할 수 있다. [마고할미] 신화 역시 중국
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보이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민간 전승자들의
가치관이 반영되어있다. [초감제]와 [창세가]는 어느 정도 다듬어진 신
화인데 비해 [마고할미]는 보다 순수한 구전 설화로서 민간의 소박한
세계관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한국의 고유한 창세신화라 할 수 있다.
[규원사화],[환단고기], [부도지] 등의 창세신화는 비록 원본을
상실한 체 필사본 형태로 전해오고 있지만 처음부터 문헌의 형식을
갖춘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문헌들은 대부분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
를 비판하면서 고유의 사상과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담겨있는 내용
들을 많이 수록하고 있다. 이는 문헌 신화의 전승자들이 대부분 의식
이 있는 지식층으로서 민족에 대한 주체성과 자긍심이 비교적 강했
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문헌에 실려 있는 창세신
화들은 구전 창세신화에 비해 비교적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창
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이와 같은 문헌 창세신화는 태초에 대
해 기술함에 있어서 여러 사료들을 인용하고는 있지만, 신화적 상상
의 세계에 대한 의문을 저술자 나름의 사관을 가지고 철학적으로 재
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전 창세신화와 문헌 창세신화 모두 한국의 창세신화가 중국의
창세신화와 차이가 나는 점은, 무엇보다 인간의 탄생을 하늘로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창세신화뿐만 아니
라 건국신화의 주인공에까지 나타나고 있어 한민족의 천손의식을 담
은 표현이라 할 수 있다.